영선이
취업 스터디 핑계로 일주일 내내 독서실에 처박혀 감자칩 한 봉지랑 에너지 젤리만 씹고, 화장실 가기 귀찮다고 마실 것도 입술만 축이는 정도로 버텼거든요. 건조한 탄수화물 찌꺼기들이 내장 속에 달라붙었는지, 시험장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땐 이미 치골 안쪽으로 굵은 쇠파이프가 틀어박힌 감각이었어요.
모니터 속 녹음 삐 소리와 함께 답변을 내뱉어야 하는데, 직장 부근이 마른 진흙탕처럼 바짝 쪼그라들어 밑 빠지는 듯한 통증이 골반 전체로 번지더라고요. 마이크에 숨소리 들어갈까 봐 입술은 달싹거리는데 속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엉덩이 뼈가 플라스틱 의자에 닿을 때마다 묵직한 하중이 척추를 찔러대서 준비한 영단어는 머릿속에서 모조리 지워졌습니다.
감독관 퇴실 사인 떨어지자마자 시험장 건물 지하 편의점으로 내려가 따뜻하게 데운 두유 두 팩을 마셨어요 화장실 칸에 들어가 양손으로 무릎 뒤를 감싸 쥔 채 허리를 둥글게 말고 발끝을 바짝 세워 직장 각도를 억지로 넓혔어요. 하복부 양쪽 서혜부 림프절을 손바닥 모서리로 세게 짓이기며 복식 호흡을 길게 밀어내서 겨우 살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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