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에서 멍때리다 온 적 있습니다.

 

취업 스터디 핑계로 일주일 내내 독서실에 처박혀 감자칩 한 봉지랑 에너지 젤리만 씹고, 화장실 가기 귀찮다고 마실 것도 입술만 축이는 정도로 버텼거든요. 건조한 탄수화물 찌꺼기들이 내장 속에 달라붙었는지, 시험장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을 땐 이미 치골 안쪽으로 굵은 쇠파이프가 틀어박힌 감각이었어요.

모니터 속 녹음 삐 소리와 함께 답변을 내뱉어야 하는데, 직장 부근이 마른 진흙탕처럼 바짝 쪼그라들어 밑 빠지는 듯한 통증이 골반 전체로 번지더라고요. 마이크에 숨소리 들어갈까 봐 입술은 달싹거리는데 속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엉덩이 뼈가 플라스틱 의자에 닿을 때마다 묵직한 하중이 척추를 찔러대서 준비한 영단어는 머릿속에서 모조리 지워졌습니다. 

감독관 퇴실 사인 떨어지자마자 시험장 건물 지하 편의점으로 내려가 따뜻하게 데운 두유 두 팩을 마셨어요  화장실 칸에 들어가 양손으로 무릎 뒤를 감싸 쥔 채 허리를 둥글게 말고 발끝을 바짝 세워 직장 각도를 억지로 넓혔어요. 하복부 양쪽 서혜부 림프절을 손바닥 모서리로 세게 짓이기며 복식 호흡을 길게 밀어내서 겨우 살았네요

댓글17
  • 영선이
    시험장에서 멍때리고 있었다니 순간 머리가 하얘졌던 것 같네요.
    긴장하면 생각보다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죠.
  • Vno8e0yX9M
    스마트폰 붙잡고 오래 버티는 버릇이 변비보다 더 무서운 혈관 혹을 부르는 거 같기도 하더라구요
  • 건강해~♡♡♡
    시험장에서ㅜㅜ
    고생하셨어요 
  • GV0Qyoi6lR
    평소엔 거들떠도 안 보던 온갖 신령님 이름까지 속으로 부르짖게 되는 그 찰나의 절박함이 나오게돼요
  • 동주우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릴 때 찾아오는 그 서늘한 기운을 너무 잘 알아요.
  • 이현 이젠
    유산균은 위산 영향 덜 받게 무조건 아침 공복에 물 한 컵 마신 뒤에 넘기세요.
  • 동구abr
    저도 예전에 변기 붙잡고 울어봐서 아는데, 진짜 온몸의 기운이 다 빨려 나가죠.
  • 빨간spicy
    오히려 서혜부 림프절을 누르면 변을 빼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예요. 오히려 더 통증이 심해지거나 조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 sEtKjQiNPB
    약국 가기 쪽팔리시면 배달 어플로 올리브영 푸룬주스라도 당장 시켜서 드셔보세요.
  • abc
    두유를 마시고 화장실에서 자세를 바꿔보면서 겨우 해결하셨다니 다행이네요
  • 김정원
    앉아서 일만 하지 마시고 제발 동네 한 바퀴 빠르게 파워워킹이라도 뛰고 오세요.
  • 식사가 부실하여 증상이 심하셨던 것 같아여 ㅠㅠ
  • R=VD
    시험장에서 통증 때문에 준비했던 내용까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니 증상이 상당히 심했던 모양이시네요
  • mint
    일주일 내내 물도 거의 못 마시고 과자나 젤리 위주로 버텼다면 변이 단단해지는 데 영향을 줬을 수 있겠네요.
  • 정민
    배는 만삭 임산부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는데 가스 한 방울 안 빠져나갈 때 미치죠.
  • 프로필 이미지
    레모닝닝
    식사를 제대로 못했군요
    고생하셨어요 
  • 김정원구사
    배 아픈 거 참는 게 제일 서러운데 ㅠㅠ 내일은 부디 아프지 말고 쑥 나오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