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이
밤샘 과제를 하느라 차가운 에너지 바 서너 개와 바짝 구운 베이글만 먹었고, 버스 멀미를 할까 봐 온종일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않았거든요. 수분이 몽땅 증발한 탄수화물 찌꺼기들이 대장 말단에 떡처럼 들러붙었는지, 해발 800미터 산꼭대기 천문대에 도착해 관측 돔에 들어서던 오후 4시 무렵에는 이미 치골 안쪽 골반이 굵은 통나무가 걸린 것처럼 뻑뻑해져 있었습니다.
칼로 찌르거나 뒤틀리는 급성 복통이 아니라, 배출구 통로가 바싹 마른 진흙으로 완전히 메워져 버린 듯한 둔중한 압박감이 밤 9시가 넘도록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어요. 칠흑같이 어두운 돔 안에서 천체 망원경 접안렌즈에 눈을 대려고 허리를 굽히거나 무릎을 굽힐 때마다, 하복부 안쪽에 똬리를 튼 돌덩이가 방광과 골반 신경을 짓눌러 허벅지 안쪽까지 뻐근한 저림이 번지더라구요
밤 9시 반, 야간 행사가 끝나고 셔틀버스가 도착하기 직전에야 관측소 옆 휴게 쉼터 온수기 앞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습니다. 종이컵에 펄펄 끓는 온수를 받아 찬물을 조금 섞은 뒤 연거푸 세 컵을 식도로 쏟아붓고, 벤치 난간을 등진 채 한쪽 다리를 번갈아 가슴팍까지 바짝 끌어올리는 고관절 회전 동작을 20분 넘게 반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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