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옥
뒤틀리는 불길한 신호와 함께 주르륵 쏟아지는 묽은변 때문에 멘붕이 왔던 기억이 있어요 단순한 배탈 수준을 넘어서 대장이 물탱크라도 터진 것처럼 제어 장치가 고장 난 기분이었고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나중에는 항문 주변이 화끈거리며 쓰라려 오더라고요 수분이 한꺼번에 다 빠져나가니까 멕아리가 없고 너무 힘들었어요
인스턴트 짜장라면에 맵다만 캡사이신 소스를 때려 넣고 구운 반숙 계란 때문이었을까요 자극적인 매운 양념이랑 덜 익은 노른자의 단백질 성분이 예민해진 대장을 힘들게했나봐요 뜨겁고 자극적인 기름기가 장벽을 타고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갔으니 속이 견뎌내지 못하고 폭발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필 운동하러 갔을때 그래서 정말 난감했어요
도저히 동작을 이어갈 수 없어 배를 움켜쥐고 탈의실 밖 화장실로 튀어가서 한참 동안 폭풍 같은 배출을 하며 위기를 넘겼네요 그러고는 바로 수업을 취소하고 집으로 기어와서 수분 보충을 위해 미지근한 보리차에 천일염을 아주 살짝 타서 소량씩 계속 축여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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