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춘이
아랫배가 송곳으로 찌르듯 콕콕 쑤시기 시작하더니 뒤틀리는 불길한 신호와 함께 주르륵 흘러내리는 묽은변 때문에 완전히 멘붕이 왔던 기억이 있어요 단순한 배탈 수준을 넘어 대장이 마치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제어가 안 되는 기분이었고 화장실을 대여섯 번 넘게 들락거리다 보니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지더라고요 수분이 한꺼번에 다 빠져나가니까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을 것 같았고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더라구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팥빙수와 매콤한 떡볶이 먹었거든요 안 그래도 땀을 많이 흘려 위장 기능이 떨어져 있었는데 뜨겁고 자극적인 고추장 양념을 먹은 직후에 얼음이 가득 든 차가운 빙수를 연달아 들이부었으니.... 먹고나서 후회했네요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월요일 아침이었는데요 사방이 사람으로 가득 찬 대중교통 안에서 내릴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데 아랫배가 부글거리기 시작하니 진짜 식은땀이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조금만 힘을 잘못 주면 평생 씻을 수 없는 대형 사고가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라 손잡이를 부서져라 쥐고 속으로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를 올렸던....급박했네요
다음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자마자 가방을 움켜쥐고 내려서 근처 지하철역 화장실로 전력 질주해 폭풍 같은 배출을 하며 간신히 위기를 넘겼네요 악몽이었어요
댓글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