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상
평소에 우유를 마시면 가끔 배가 꾸르륵거리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대참사가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처음에는 아주 미세한 신호로 시작되었습니다. 단백질 보충제를 마시고 난 후 약 30분쯤 지났을 때, 아랫배에서 '꾸르륵... 꼬르륵...'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오더라고요. 그저 소화가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그건 폭풍 전야의 고요함에 불과했어요. 불과 10분 뒤, 배 안에 거대한 가스 풍선이 빵빵하게 차오르는 듯한 극심한 복부 팽만감이 밀려왔습니다. 바지 밴드가 배를 조이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러워서 버클을 풀어야만 했죠. 뱃속에서 가스가 이리저리 이동하며 장벽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고, 곧이어 위경련처럼 명치 아래부터 아랫배까지 쥐어짜는 듯한 복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식은땀이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삐질삐질 흘러내렸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습니다.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앉자마자 그야말로 댐이 무너지듯 엄청난 물설사가 쏟아졌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화장실을 나오면 다시 배가 꼬이고, 다시 들어가기를 네다섯 번 반복하고 나니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장염에 걸린 것처럼 속이 완전히 뒤집어져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했던, 정말 지옥 같은 하루였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제 위장과 장을 완벽하게 붕괴시켜 버린 범인은 바로 제가 근육을 키워보겠다고 야심 차게 들이켰던 일반 단백질 보충제, 즉 유청단백질 농축물(WPC) 제품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 있는 제품은 제가 맛이 좋기로 유명해서 직구로 대량 구매했던 초코맛 보충제입니다. 가성비도 좋고 단백질 함량도 높아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국민 보충제로 불리는 녀석이었죠. 뚜껑을 열면 달콤하고 진한 초콜릿 향이 확 퍼져서 거부감 없이 먹기 참 좋았습니다.
두 번째 사진 역시 제가 번갈아 가며 먹으려고 샀던 또 다른 유명 브랜드의 임팩트 웨이 프로틴입니다. 이것도 대표적인 WPC 기반의 단백질이었어요. 맛도 다양하고 물에 잘 풀려서 식사 대용이나 운동 직후에 정말 즐겨 먹었습니다.
사진처럼 전용 스쿱으로 한 스쿱 푹 떠서 쉐이커 통에 담을 때까지만 해도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날따라 단백질 흡수율을 더 높이겠다며 물 대신 우유 300ml에 보충제 파우더를 가득 타서 아주 진하고 달달하게 흔들어 마셨거든요. 우유 자체에도 유당이 가득한데, 유당이 걸러지지 않은 WPC 보충제까지 듬뿍 타서 마셨으니 제 유당불내증을 최고조로 자극하는 최악의 '유당 폭탄'을 제 손으로 만들어 원샷을 때려버린 셈이었습니다.
입에서는 초코 우유처럼 달콤하고 맛있었지만, 위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장을 초토화시키는 독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3. 상황/장소
이 대참사가 일어난 장소와 상황은 평화롭던 평일 저녁, 제가 매일 운동을 하러 가는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과 저희 집 거실이었습니다.
그날은 퇴근 후 가슴과 팔 근육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는 루틴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파트 헬스장에 내려가서 벤치프레스부터 시작해 덤벨 플라이, 케이블 푸시다운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아주 만족스럽게 쇠질을 마쳤죠. 펌핑된 근육을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근손실이 올세라 서둘러 앞서 말한 우유에 탄 WPC 보충제를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거실 바닥에 요가 매트를 깔고 마무리 코어 운동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평소 루틴대로 플랭크 자세를 잡고 버티는데, 배에 힘을 꽉 주는 순간 뱃속에서 '꾸르륵' 하며 심상치 않은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배에 힘이 들어가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자세를 바꿔 데드버그와 버드독 동작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등을 바닥에 대고 팔다리를 교차하며 코어를 조일 때마다 배 안에서 폭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장이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버드독 자세로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밀려오는 엄청난 복통과 괄약근의 위기에 저는 요가 매트 위에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코어 운동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식은땀을 흘리며 요가 매트를 내팽개치고 화장실로 전력 질주를 해야만 했습니다. 헬스장에서 기분 좋게 땀을 흘리고 집에서 평화롭게 마무리 코어 운동을 하던 완벽했던 루틴이, 유당불내증으로 인한 폭풍 설사로 인해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바뀌어버린 처참한 상황이었습니다.
4. 나의 대처
해결책을 찾아보니 저처럼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WPI(유청단백질 분리물, Whey Protein Isolate) 제품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WPI는 WPC에서 유당과 지방을 미세한 필터로 한 번 더 걸러내어 단백질 순도를 극대화한 제품이거든요. 제조 공정이 추가되어 가격은 일반 보충제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장 트러블 없이 단백질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는 말에 주저 없이 원래 있던 보충제를 당근마켓에 나눔해버리고 새롭게 WPI 아이솔레이트 제품을 주문했습니다.
며칠 뒤 새로 도착한 WPI 보충제를 물에 타서 조심스럽게 마셔보았습니다. 우유 대신 물에 탔는데도 풀림이 훨씬 좋고 맛도 깔끔하더라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과는... 정말 거짓말처럼 배가 100% 편안했습니다! 마시고 나서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고, 코어 운동으로 플랭크를 하며 배에 강한 압력을 줘도 꾸르륵거리는 소리 하나 없이 장이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가스도 안 차고, 설사는커녕 쾌변을 하는 튼튼한 장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번 끔찍했던 유당불내증 설사 사건을 겪으며 제 몸에 맞는 성분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남들이 가성비 좋다고 추천하는 단백질이라도 내 장에서 흡수를 못하면 독이나 다름없더라고요. 혹시라도 저처럼 단백질 쉐이크만 마시면 배가 빵빵해지고 가스가 차거나 화장실로 달려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드시고 계신 제품이 WPC인지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장 건강과 완벽한 단백질 흡수를 위해 꼭 유당이 제거된 WPI 아이솔레이트 보충제로 바꿔보시길 강력하게 권해드립니다. WPI로 바꾼 이후로는 화장실 갈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단백질을 마시며 득근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유당불내증을 겪고 운동하시는 분들중에 프로틴 챙겨드시는 분들은 꼭 단백질 성분을 잘 확인하셔서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