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아
얼마 전에 심한 장염에 걸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기운이 완전히 빠졌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따뜻하게 끓여낸 전복죽을 한 그릇 먹었는데, 한 숟가락 넘기자마자 굳어있던 몸이 사르르 풀리면서 기운이 은은하게 차오르는 것을 제대로 경험했습니다. 전복 내장이 녹아들어 간 국물의 깊고 진한 고소함이 입안 가득 묵직하게 퍼집니다. 참기름의 향긋한 풍미가 죽 전체에 잘 스며들어 있어서 전혀 비리지 않고 씹을수록 담백한 감칠맛이 진하게 우러나요. 장염 때문에 아주 작은 음식물조차 소화하기 힘들고 예민해진 상태였는데, 전복죽은 건더기가 겉돌지 않고 미음처럼 부드럽게 넘어가서 위장에 전혀 부담을 주지 않더라고요. 따뜻한 죽이 들어가는 순간 콕콕 찌르던 속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위벽을 포근하게 코팅해 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극 없이 완벽한 영양 보충과 기력 회복을 동시에 도와주는 최고의 약손 같은 요리이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타우린과 비타민이 풍부한 전복이 듬뿍 들어가서 바쁜 일상 속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나 소화력이 부쩍 떨어진 분들의 보양식으로 이보다 더 훌륭한 요리는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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