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사랑니 뽑고 와서 마취 풀리니까 잇몸은 욱신거리고 반대쪽 턱까지 뻐근해서 뭘 씹을 엄두가 전혀 안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굶자니 기운 빠져서 쓰러질 것 같고, 밍밍한 흰죽은 도저히 입에 안 당겨서 냉장고에 있던 순두부 한 팩 뜯었습니다.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중화풍 소스가 밥알이랑 순두부에 착 감겨서 착착 감깁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가 혀끝에서 푸딩처럼 사르르 녹아내리고, 채 썬 표고버섯이랑 느타리버섯이 부드럽게 씹히면서 진한 감칠맛을 내줘요. 통깨의 고소함이랑 소스의 윤기가 어우러져서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데, 숟가락으로 대충 으깨서 밥이랑 슥슥 비벼 먹으니까 잇몸에 자극 하나 없이 입에 착착 달라붙었습니다.
턱이 아파서 대충 꿀꺽 삼키듯 먹었는데도 위에서 걸리는 느낌이 1도 없었어요. 순두부 단백질이 워낙 부드러워서 소화액 닿자마자 바로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치과 치료 후나 구내염 생겨서 제대로 씹기 힘들 때 영양 채우기에 이만한 덮밥이 없어요. 일반 두부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잇몸에 닿아도 아프지 않고, 버섯이랑 채소 듬뿍 넣고 전분물만 풀면 10분 만에 근사한 한 그릇이 완성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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