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통에 대충 꺼내 먹던 습관을 버리고 예쁜 도자기 찬기에 하나씩 담아냈는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가장 먼저 멸치볶음부터 한 젓가락 집어 먹었는데, 바삭하면서도 달콤 짭조름한 양념 사이로 편마늘 향이 은은하게 퍼져서 입맛을 확 돋워줬어요. 콩나물무침은 과하게 간을 하지 않아서 아삭아삭 씹을 때마다 채수 특유의 시원함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고소한 참기름 내음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답니다. 가지볶음은 채즙을 가득 머금고 있어서 말랑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고, 오이무침은 매콤새콤하고 아삭해서 기름진 느낌을 싹 씻어내 주더라고요. 달큰하게 조려진 단호박까지 한 입 곁들이니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비워졌어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밥을 다 먹고 난 뒤의 위장 반응이었어요. 평소에 자극적인 찌개나 기름진 고기 위주로 과식했을 때는 식후에 곧바로 가슴이 답답하고 신물이 올라오거나 속이 꽉 막힌 듯 묵직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자극적이지 않은 제철 채소 반찬 위주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니까, 배가 든든하게 부른데도 속이 놀라울 정도로 편안했어요. 더부룩하게 가스가 차는 느낌도 전혀 없었고, 소화가 부드럽게 잘 풀려 나가서 오후 내내 몸이 한결 가볍더라고요.
이런 소박한 한식 반찬 한 상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일상에 치여 위장 건강이 망가졌다고 느낄 때, 간이 세지 않은 담백한 집반찬으로 챙겨 먹는 식사만큼 몸을 달래주는 게 없거든요. 속이 자주 쓰리거나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이렇게 드셔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