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포스트
1. 배 속에서 갑자기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넘어 쿠르릉하는 천둥이 치더니 가스가 가득 차올라 옆구리가 결리고 사정없이 쑤셔대기 시작하더라고요 진짜 장 벽이 팽팽하게 늘어나는 것처럼 아랫배가 남산만 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갈비뼈 밑바닥이 찌릿찌릿 압박을 받아 미칠 것 같았어요 가만히 있어도 속이 더부룩하다 못해 꺼정거리는 신호가 오는데 정작 밖으로 배출은 전혀 안되고요
2. 직전 음식은 전날 저녁 식사로 배 터지게 먹은 삶은 브로콜리와 양배추 쌈 그리고 콩이 가득 들어간 잡곡밥 세트였어요 몸에 좋은 건강식을 챙겨 먹는답시고 평소보다 과하게 많은 양의 식이섬유를 한꺼번에 몰아서 섭취했네요
3. 터졌던 장소는 고요함 그 자체였던 대형 도서관의 꽉 막힌 열람실 안이었네요 멘붕이 왔던 최악의 순간이었지요 주변의 시선이 집중될까 봐 책장을 일부러 크게 넘기며 소음을 묻어보려 애쓰던 끔찍한 고립 공간이었답니다
4.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허리를 앞으로 바짝 숙이고 무릎을 굽힌 채 걷는 자세를 취해 장에 고여있던 공기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었어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배꼽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아주 강하게 꾹꾹 누르며 셀프 장 마사지를 무한 반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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