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1. 증상

 

그날 저녁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습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소곱창의 고소한 곱과 기름진 대창을 입에 넣고, 시원한 캔맥주를 곁들이는 순간까지는 정말 완벽한 힐링이었거든요.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다 먹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명치 끝이 묵직해지기 시작하더니 무거운 돌덩이가 얹어진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배가 너무 불러서 그런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속이 더부룩해지는 수준을 넘어, 명치 부근이 꽉 막힌 듯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속이 미친 듯이 메스껍기 시작했습니다. 입안에 침이 계속 고이면서 당장이라도 구토가 터져 나올 것 같은 강한 구역질이 밀려왔고, 식은땀이 이마와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배를 만져보니 마치 풍선을 불어넣은 것처럼 딱딱하게 부풀어 올랐고, 속에서는 '꾸르륵'거리는 불길한 소리가 멈추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과식이 아니라 제대로 '급체'했다는 직감이 온몸을 지배했습니다. 머리까지 지끈거리며 두통이 찾아왔고, 손발이 급격하게 차가워지면서 오한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뒤집히니 앉아 있을 수도, 누워 있을 수도 없는 고통스러운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그날 제가 먹은 음식은 기름진 음식의 끝판왕인 소곱창 구이 모둠이었습니다. 팬 위에 꽉 들어찬 꽉 찬 곱창과 씹을 때마다 기름이 팡팡 터지는 대창, 그리고 쫄깃한 염통까지 아낌없이 구워 먹었습니다. 느끼함을 잡아주기 위해 생양파와 대파를 듬뿍 곁들였고, 매콤한 고추를 썰어 넣은 특제 간장 소스에 푹 찍어서 정신없이 흡입했습니다.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여기에 결정타로 냉장고에서 갓 꺼낸 아주 차가운 캔맥주를 함께 마셨습니다. 지글지글 끓는 뜨겁고 기름진 고기를 입에 넣고, 곧바로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를 들이켜는 행동을 반복했던 것입니다.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지금 생각해보면 위장이 놀라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최악의 조합이었습니다. 고소한 맛에 눈이 멀어 제대로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삼킨 데다가, 차가운 술이 들어가면서 위장 근육이 순간적으로 꽁꽁 얼어붙어 수축해 버린 것 같습니다. 높은 지방 함량과 차가운 탄산음료 수준의 술이 만나 위장 안에서 기름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그야말로 위장에게 부린 최악의 심술이었습니다.

 

3. 상황 / 장소

 

증상이 시작된 곳은 집이었지만, 도저히 방 안에서 끙끙 앓으며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내고 싶었지만 구토는 나오지 않고 가슴만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누워있으면 위장이 완전히 멈춰버릴 것 같다는 공포감이 들었습니다.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그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 근처에 있는 올림픽공원으로 무작정 향했습니다. 넓은 공간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금이라도 걸어야 막힌 속이 뚫릴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밤공기는 제법 쌀쌀했고, 공원에는 저녁 산책을 나온 가족들과 다정한 연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우뚝 솟은 나홀로나무는 평소라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풍경이었겠지만, 그날의 저에게는 그저 거대한 시련의 장소였습니다.

 

속이 너무 울렁거려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한 걸음 뗄 때마다 명치를 부여잡고 끙끙 앓으며 걸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릴 정도로 제 정신은 오직 '이 막힌 속을 어떻게 뚫어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탁 트인 공원의 산책로를 걸으면서도, 화장실 위치부터 파악하느라 눈동자를 바쁘게 굴려야 했던 비참하고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4. 나의 대처

 

우선 올림픽공원 산책로를 따라 아주 천천히, 하지만 끊임없이 발을 움직였습니다. 발바닥을 자극하고 몸을 움직여야 위장의 연동 운동이 다시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폭을 작게 하여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느릿느릿 걸으며,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뱉는 심호흡을 반복했습니다. 찬 바람을 쐬며 걷다 보니 다행히 미친 듯이 치밀어 오르던 구역질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걷는 와중에도 양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 쏙 들어간 부위인 '합곡혈'을 살이 멍들 정도로 강하게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체했을 때 이곳을 누르면 좋다는 전전통적인 민간요법을 필사적으로 쥐어짜 낸 것입니다. 실제로 누를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통증이 심했지만, 막힌 기혈을 뚫어준다는 느낌으로 걸으면서 쉬지 않고 지압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다른 한 손으로는 명치 아래부터 배꼽까지 시계 방향으로 살살 원을 그리며 따뜻하게 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며 한 시간쯤 걸었을까, 기적처럼 목구멍에서 '끄억' 하는 깊은 트림이 터져 나왔습니다. 위장 속에 갇혀 있던 가스가 배출되면서, 명치를 꽉 누르고 있던 돌덩이가 반쯤 날아간 것처럼 가슴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완전히 속이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을 정도의 안정적인 상태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약국에 들러 액상 소화제 한 병을 사서 마신 뒤, 따뜻한 온수매트를 켜고 배에 핫팩을 올린 채 잠을 청했습니다. 

 

🍻기름진 소곱창에 시원한 맥주 한잔의 행복, 그리고 찾아온 지옥 같은 급체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배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가벼운 속으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차가운 술을 함께 먹을 때는 정말 꼭꼭 씹어 먹고 조심해야겠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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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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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모닝닝
    기름진 음식이 문제네요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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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안 그래도 당분간 기름진 음식은 피하려고요. 감사합니다!
  • KRD6GXZ
    기름진 음식과 시원한 맥주, 보기는 좋은데 속에선 전쟁을 하었군요 ㅠ
    • 프로필 이미지
      LeeJS
      작성자
      꿀조합이라 참을 수 없었는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ㅠㅠ
      따뜻한 위로 감사해요.
  • 빨간spicy
    음식이 식으면 그걸 녹이고 분해하는 시간이 걸려서 소화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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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식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그런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네요! 
      정보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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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장
    잘먹고 소화까지 잘됐으면 좋았을텐데 고생 많으셨어요
    기름진 음식과 찬 음료는 진짜 궁합이 최악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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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맞아요, 맛있는 조합인 줄만 알았는데 제 위장에는 최악의 궁합이었나 봐요.
      
      안 그래도 먹고 나서 속이 너무 부대껴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따뜻하게 위로해 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ㅎㅎ
  • 캐시워크요
    기름진 음식으로 고생했어요
    앞으로 속이 편해지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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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당분간은 자극 없는 음식만 먹으려고요 ㅎㅎ
      따뜻한 위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kim정윤
    음식물이 위장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게 위장이 힘내주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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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제 위장이 눈치껏 힘을 좀 내줬으면 좋겠네요 ㅎㅎ
      
      다정한 응원 덕분에 위장도 힘을 낼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삼구암가자
    맛있는 곱창 대창 드시고 탈나셨다니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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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맛있게 먹을 때까진 참 행복했는데 말이에요. 
      
      걱정해 주신 덕분에 약 먹고 잘 쉬고 있습니다 ㅎㅎ
  • 솔내
    기름진 음식과 차가운 술.
    피해야 할 조합이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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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이번에 호되게 당해서 앞으로 이 조합은 무조건 피하려고요 ㅠㅠ
      
      걱정해 주셔서 정말 큰 위로가 됩니다!
  • 코트로마니치
    저도 곱창 대창류 좋아하는데 나이들어가면서 자주 못먹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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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작성자
      맞아요, 저도 예전엔 끄떡없었는데 확실히 소화력이 전만 못하네요 ㅎㅎ;
      
      공감해 주셔서 위로가 됩니다!
  • 가을포스트
    조심하셔야 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