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상
가족들과 웃고 떠들며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상상도 못 한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가슴 정중앙부터 명치끝까지 커다란 돌덩이가 빈틈없이 꽉 들어찬 것 같은 숨 막히는 압박감이었어요. 배가 살살 아픈 장염이나 화장실을 가고 싶은 느낌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음식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명치 부근에서 꽉 막힌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기분이었어요. 위장이라는 장기 자체가 아예 작동을 멈추고 파업해버린 것 같았습니다. 억지로 숨을 크게 쉬어보려 해도 흉부가 꽉 막혀있으니 호흡이 짧아지고, 얼굴은 하얗게 질리면서 이마와 목덜미로 기분 나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습니다. 배가 너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서 멋 부리느라 입고 갔던 바지의 허리선이 명치를 옥죄어오는 것 같아,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바지 버클을 풀어버리고 싶을 만큼 몹시 괴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저를 이토록 고통스러운 급체의 늪으로 빠뜨린 범인은 바로, 윤기가 좔좔 흐르는 '족발보쌈 세트'였습니다.
저 압도적인 고기의 자태가 보이시나요? 야들야들하고 쫀득한 껍질이 일품인 족발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부드러운 보쌈의 조합은 감히 참아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끼겠다며 큼지막한 보쌈 한 점을 입에 넣고, 그다음엔 향긋한 깻잎 위에 고기와 마늘, 쌈장까지 야무지게 올려서 쉴 새 없이 입으로 직행했습니다.
기름지고 묵직한 고기들이 끊임없이 들어가니 위장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족발의 쫀득한 껍질이나 쌈 채소는 특히나 더 신경 써서 오래 씹어야 하는데, 맛있는 음식에 눈이 멀어 거의 씹지도 않은 채 꿀떡꿀떡 삼켜버린 저의 섣부른 식탐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3. 상황/장소
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곳은 바로 사랑하는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친척들이 모두 모인 유명 족발 전문점이었습니다.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특별한 자리였기에, 저는 기분도 낼 겸 제가 가장 아끼는, 핏이 예쁘게 떨어지는 외출복을 한껏 차려입고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밀린 근황을 나누고, 아버지 생신 축하 건배도 이어지다 보니 식사 자리는 내내 시끌벅적하고 정신이 없었어요. 대화에 참여하랴, 웃고 떠들랴, 그 와중에 눈앞에 있는 맛있는 고기까지 챙겨 먹으려다 보니 식사 속도는 평소보다 두세 배나 빨라졌습니다.
몸을 꽉 잡아주는 핏한 옷을 입어서 위장이 마음껏 늘어날 공간도 부족했는데, 그 좁은 공간으로 제대로 씹지도 않은 기름진 고기 덩어리들을 급하게 들이부었으니 사달이 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기뻐야 할 아버지의 생신 파티가 저에게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곤혹스러운 장소로 변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4. 나의 대처
평소 같았으면 밖으로 나가 동네라도 크게 한 바퀴 돌며 산책으로 속을 달랬을 텐데, 주인공이신 아버지를 두고 가족 모임 중간에 훌쩍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억지로 토를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옷이 망가질까 두렵기도 하고 위장에 더 큰 상처를 줄 것 같아 참았습니다.
도저히 앉아있기가 힘들어서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살짝 빠져나와, 다급하게 식당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마시는 액상 소화제를 집어 들었습니다.
사진에 있는 이 '속청'이라는 액상 소화제 두 병을 사서, 그 자리에서 한 병을 시원하게 들이켰습니다. 확실히 알약 형태보다 액상으로 된 생약 소화제가 위벽에 닿으면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싸하고 시원한 느낌이 꽉 막힌 속을 한결 진정시켜 주는 것 같았습니다.
소화제를 마신 뒤, 식당 화장실에 들어가서 남몰래 저를 옥죄고 있던 바지 버클과 지퍼를 살짝 열어 위장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세면대 앞에서 약 10분 정도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반복했어요.
그렇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위장을 꽉 막고 있던 차갑고 단단한 돌덩이가 소화액에 조금씩 녹아내리듯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식도까지 차올랐던 답답함이 명치 아래로 쑥 내려가면서, 마침내 편안하게 깊은 숨을 쉴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정말이지 액상 소화제의 빠른 효과와, 바지 버클을 풀고 가졌던 10분간의 심호흡 타임이 저를 살렸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남은 가족 행사를 끝까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이번 경험을 통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고 즐거운 자리라도 절대 분위기에 휩쓸려 음식을 급하게 삼키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특히 차려입는다고 몸을 조이는 옷을 입은 날에는 더더욱 과식을 피하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는 걸 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