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떠난 바다낚시에서 갓 잡은 싱싱한 해산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폭풍 흡입을 했다가, 제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고통스러운 급체를 겪었습니다.
무늬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에 반해 이성을 잃었다가 따뜻한 물 한 잔으로 겨우 놀란 위장을 진정시켰던 아찔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해 봅니다.
1. 증상
식사를 거의 다 마쳐갈 때쯤, 갑자기 가슴 정중앙부터 명치끝까지 야구공만 한 단단하고 차가운 돌덩이가 빈틈없이 꽉 들어찬 것 같은 극심한 압박감이 밀려왔습니다. 평소에 과식을 해서 배가 빵빵해지는 기분 좋은 포만감이나, 장이 안 좋아서 배가 콕콕 쑤시는 일반적인 복통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습니다.
음식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부드럽게 내려가야 하는데, 명치 부근에서 꽉 막힌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기분이었어요. 위장이 일순간에 얼어붙어서 연동 운동을 완전히 멈춰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억지로 심호흡을 크게 해보려고 흉부를 팽창시켜 봐도, 명치가 단단하게 뭉쳐있으니 공기가 끝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얕은 숨만 헐떡거리게 되더라고요.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전신의 혈액순환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손끝과 발끝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가고, 등줄기와 이마에서는 기분 나쁜 서늘한 식은땀이 삐질삐질 흘렀다는 점입니다. 그저 속이 너무 무겁고 꽉 막혀서 앉아있지도 서 있지도 못한 채, 숨을 고르며 끙끙 앓아야만 했던 진퇴양난의 끔찍한 고통이 지속되었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저를 이토록 고통스러운 급체의 늪으로 빠뜨린 범인은 바로, 낚시꾼들 사이에서 최고급 어종으로 불리는 '무늬오징어'였습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저 뽀얀 자태가 보이시나요? 절반은 투명하고 쫀득한 회로 도톰하게 썰어내고, 나머지 절반은 눅진하고 고소한 맛을 살려 다리 숙회로 준비했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먹는 일반 오징어와는 차원이 다른, 입천장에 쩍쩍 달라붙는 찰진 식감과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진한 단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더라고요.
문제는 이 무늬오징어의 식감이 '너무' 쫄깃하고 탄력이 넘쳤다는 것입니다. 오징어류는 본래 소화가 잘 안 되는 식재료라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 써서 오래오래 씹어 넘겨야 하잖아요. 하지만 극도로 허기가 진 상태에서 달달하고 쫀득한 맛에 취해버린 저는, 질긴 오징어를 제대로 꼭꼭 씹지도 않고 서너 번 대충 오물거리다가 그대로 꿀떡꿀떡 삼켜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제대로 분해되지 않은 큼지막한 오징어 덩어리들이 뭉텅이로 위장에 쏟아져 들어갔으니, 탈이 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죠.
3. 상황/장소
이 모든 사달이 일어난 건, 탁 트인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이 반겨주던 어느 맑은 날의 선상 낚시와 그 직후 찾아간 바닷가 숙소에서였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한 하늘 아래, 배를 타고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기분은 정말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꽉 막힌 도심을 벗어나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배 위에 서 있으니 일상의 피로가 단번에 날아가는 것 같았죠.
포인트에 도착해서 낚싯대를 던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묵직함과 함께 바다의 귀족이라 불리는 커다란 무늬오징어가 떡하니 낚여 올라왔습니다! 갯바위 위에서 파닥거리는 압도적인 크기와 영롱한 먹물 빛깔을 보니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쳤습니다.
배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체력을 많이 쓴 탓에 배가 몹시 고팠고, 육지로 돌아오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기도 전에 허겁지겁 상을 차렸습니다. 가장 기쁘고 들떠있어야 할 여행지에서의 식사 자리가, 제 섣부른 식탐과 부주의한 식습관 때문에 순식간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급체의 현장으로 바뀌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4. 나의 대처
보통 이렇게 심하게 체했을 때는 밖으로 나가서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며 가벼운 걷기 산책으로 속을 달래곤 했습니다. 하지만 낚시를 다녀온 직후라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어 다리에 힘이 쫙 풀려있었고, 무리해서 걷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게다가 외진 바닷가 근처 숙소라 당장 달려갈 약국이나 편의점도 없었어요. 억지로 손가락을 넣어 게워내는 행동은 식도와 위 점막에 너무 큰 상처를 줄 것 같아 절대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가장 안전하고 자극 없는 대처법은 바로 '따뜻한 물을 아주 천천히 마시며 심호흡하기'였습니다.
일행에게 부탁해서 머그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온수를 가득 담아 달라고 했습니다. 혀가 델 정도로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이 아니라, 체온보다 조금 더 따뜻해서 차갑게 굳어버린 위장에 들어갔을 때 긴장을 부드럽게 이완시켜 줄 수 있는 딱 기분 좋은 온도의 물이었어요.
저는 차가운 방바닥에 편안하게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굽은 등을 꼿꼿하게 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머금고 입안에서 온기를 한 번 느낀 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느낌에 온전히 집중하며 아주 천천히 삼켰습니다. 물을 넘길 때마다 코로 맑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는 심호흡을 의식적으로 반복했어요.
그렇게 따뜻한 물 한 잔을 약 이십 분에 걸쳐서 아주 천천히 나누어 마시다 보니,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뭉쳐있던 명치 부근의 쇳덩어리가, 따스한 수분의 온기에 의해 아주 미세하게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깊은 심호흡과 함께 따뜻한 물이 위장 벽을 부드럽게 마사지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멈춰있던 장이 미약하게나마 꾸르륵 소리를 내며 다시 연동 운동을 시작했고, 턱 막혀서 꼼짝도 않던 묵직한 체기가 마침내 아래로 쑥 내려가는 편안한 해방감이 찾아왔습니다. 소화제 한 알 없이, 오직 따뜻한 물 한 잔과 차분한 호흡만으로 그 고통스러웠던 급체를 무사히 진정시킬 수 있었죠. 놀란 속을 완전히 달래주기 위해 그날 저녁은 다른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고, 계속 따뜻한 물만 수시로 마셔주며 위장이 푹 쉴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바닷가에서의 아찔한 경험을 통해, 아무리 맛있는 해산물이라도 오징어처럼 질기고 탄력 있는 음식은 무조건 평소보다 세 배, 네 배는 더 오래 씹어서 완전히 으깬 뒤에 삼켜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쓴 직후에 극도로 허기가 졌다고 해서 대충 씹은 음식을 다급하게 밀어 넣는 건 제 위장을 망치는 지름길이더라고요.
혹시라도 쫄깃한 음식을 드시고 속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는 묵직한 체기가 느껴진다면, 당황해서 찬물이나 탄산음료를 벌컥벌컥 드시지 마세요. 오히려 위장을 더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따뜻한 물을 한 모금씩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굳어버린 위장을 부드럽게 달래보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다들 밥 먹을 땐 항상 꼭꼭 씹어 드시고, 매일매일 속 편안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