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만 되면 출출해져서 야식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야식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주방으로 향했다가, 제대로 체하는 바람에 새벽 내내 잠도 못 자고 끙끙 앓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증상
국물까지 싹 비우고 다시 컴퓨터 의자에 앉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힌 듯한 심한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밥을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느낌과는 다르게, 음식물이 명치 부근에 멈춰 서서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불쾌한 기분이었습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려 해도 속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탓에 호흡이 짧아졌고, 가슴 부근에 무거운 압박감이 계속해서 지속되었습니다. 속이 꽉 막혀 있으니 편안하게 앉아있기도, 그렇다고 똑바로 눕기도 불편해서 방 안을 서성이며 얕은 숨만 고르며 괴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식은땀이 조금씩 나면서 소화가 전혀 되지 않고 위장의 기능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제 속을 이렇게 불편하게 만든 원인은 바로 새벽에 끓여 먹은 '떡라면'이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아는 맛이라 더 무서운 그 라면입니다. 얼큰한 국물에 계란을 툭 풀고, 냉동실에 있던 떡국 떡까지 한 움큼 넣어서 아주 푸짐하게 끓여냈죠.
문제는 제가 떡을 충분히 씹지 않고 삼켰다는 점입니다. 라면 면발은 부드러워서 금방 넘어가지만, 떡은 꽤 오래 씹어야 소화가 잘 되는데 말이죠. 얼큰한 국물 맛에 푹 빠진 데다가 쫄깃한 떡의 식감에 반해서, 몇 번 오물거리다 제대로 씹지 않고 꿀떡 삼키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제대로 으깨지지 않은 밀가루와 떡이 빈속에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갔으니 속이 얹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3. 상황/장소
이 사달이 일어난 곳은 새벽 2시쯤, 제 방 컴퓨터 책상 앞이었습니다.
새로 나온 게임 영상을 보면서 먹느라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의식적으로 젓가락질을 계속했습니다. 영상의 재미있는 장면에 집중하느라 제가 음식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얼마나 대충 씹고 넘기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게다가 다 먹자마자 소화시킬 틈도 없이 바로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았으니, 위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조차 만들어주지 않은 셈이죠. 가장 여유롭고 즐거워야 할 새벽의 개인 시간이, 부주의한 식사 습관 때문에 순식간에 속을 부여잡고 고통받는 시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4. 나의 대처
속이 너무 불편해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누우면 절대 소화가 안 될 것 같아, 일단 구급상자 구석에 있던 마시는 액상 소화제를 한 병 꺼내어 마셨습니다.
하지만 소화제만 마시고 방 안에 웅크려 있기보다는, 몸을 가볍게 움직여주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충 겉옷을 걸쳐 입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동네를 천천히 걷는 산책을 나섰습니다.
새벽이라 사람도 없고 한적한 길을 따라, 굽어 있던 어깨를 쫙 펴고 일정한 속도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걷는 동안 코로 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는 심호흡을 의식적으로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동네 주변을 약 삼십 분 정도 쉬엄쉬엄 걷다 보니, 꽉 막혀 있던 명치 부근이 소화제의 기운과 걷기 운동 덕분에 서서히 부드럽게 풀리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체되어 있던 속이 조금씩 편안해지면서, 가슴에 턱 막혀있던 답답함이 호흡을 타고 부드럽게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마침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