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난히 지치고 힘든 날이면 나를 위로해 줄 자극적이고 맛있는 배달 음식이 간절하게 생각나곤 합니다. 늦은 퇴근 후 텅 빈 집에 들어와 씻고 나오니, 오늘 하루 종일 업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지 기름지고 든든한 음식이 무척이나 끌렸습니다. 평소에는 속이 부대끼는 것을 피하고자 야식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날에는 그 다짐이 참 쉽게 무너지곤 하죠. 결국 배달 어플을 열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 중식당에서 푸짐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꿀맛 같은 저녁 식사가 끔찍한 소화불량으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요. 식탐에 무너져 심하게 체했던 며칠 전의 기억과, 이를 속 편안하게 다스린 방법에 대해 순서대로 자세히 남겨보려고 합니다.
1. 증상
식탁을 치우고 소파에 등을 기대며 앉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부터 명치까지 무언가 꽉 들어차서 옴짝달싹하지 않는 듯한 심한 압박감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음식을 든든하게 먹어서 배가 부른 기분 좋은 포만감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씹어서 삼킨 음식물들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부드럽게 넘어가 소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식도 끝자락과 위장이 만나는 부근에 한데 뭉쳐서 더 이상 아래로 이동하지 못하고 꽉 막혀버린 듯한 불쾌한 팽만감이었습니다.
이러한 답답함은 곧바로 호흡의 불편함으로 이어졌습니다. 명치 부근에 묵직한 압박감이 계속해서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숨을 깊고 편안하게 들이마시지 못하고 자꾸만 얕은 숨을 가쁘게 쉬게 되더라고요. 흉부를 팽창시켜 보려고 억지로 숨을 들이마셔도, 꽉 막힌 속 때문에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장이 소화라는 본연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한 채 꽉 막혀버리자, 온몸의 혈액순환마저 함께 더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손끝과 발끝으로 향해야 할 체온이 차갑게 식어가고, 이마와 뒷목 부근에서는 기분 나쁜 서늘한 식은땀이 맺히며 온몸에 으스스한 한기까지 느껴졌습니다. 배를 부여잡고 뒹굴 정도의 날카로운 복통이나 장염 증세는 아니었지만, 속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묵직해서 가만히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편하게 누워서 잠을 청할 수도 없는 매우 괴로운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2. 직전 먹은 음식
저의 속을 이토록 무겁고 고통스럽게 만들어버린 원인은 바로, 중식 배달의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볶음밥과 탕수육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바삭함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탕수육입니다. 뜨거운 기름에 튀겨내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고기튀김 위로, 새콤달콤하고 윤기가 흐르는 점성 높은 소스가 듬뿍 얹어져 있었습니다. 목이버섯과 당근, 양파, 오이 등 채소와 어우러진 탕수육의 달큰한 향기는 도저히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었죠.
여기에 탕수육만으로는 아쉬워 함께 주문한 볶음밥도 문제였습니다. 고슬고슬하게 기름에 잘 볶아진 밥알 위로 기름에 튀기듯 바싹 조리된 반숙 계란 프라이, 그리고 짭조름하고 진한 춘장 맛의 짜장 소스까지 한 접시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으면 고소함과 감칠맛이 폭발하는 완벽한 조합이었습니다. 함께 곁들여진 케첩 뿌린 양배추 샐러드 역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 완벽한 맛이 제 위장에는 최악의 부담이었습니다. 두꺼운 튀김옷을 입은 돼지고기, 기름에 볶아낸 밥과 묵직한 짜장 소스 등 제가 먹은 음식의 대부분이 소화가 매우 더딘 고지방, 고칼로리의 음식들이었습니다. 소화불량을 막으려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횟수로 잘게 씹어 넘겨야 했지만, 입안에 퍼지는 달콤하고 짭짤한 자극적인 맛에 취해 저는 이 묵직한 음식들을 꼼꼼히 씹지 않고 서너 번 오물거리다 그대로 삼키기를 반복했습니다.
3. 상황/장소
이 끔찍한 급체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바로 저희 집 거실의 텔레비전 앞이었습니다.
지독하게 피곤했던 하루를 든든하게 보상받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정말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미뤄두었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드라마를 켜 두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음식을 입에 넣고 맛을 온전히 음미하며 천천히 삼켜야 하는 것이 올바른 식사 예절이자 건강한 습관이지만, 드라마의 몰입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제 시선은 밥그릇이 아닌 온통 텔레비전 화면에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드라마 속 긴박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전개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덩달아 긴장하게 되었고, 그 심리적인 긴장감은 무의식적으로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의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뇌는 화면 속 이야기에 완전히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음식을 얼마나 크게 베어 물었는지, 또 얼마나 대충 씹고 목구멍으로 꿀떡꿀떡 넘기고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선택한 기름진 중화요리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드라마의 조합이, 결국 부주의하고 성급한 식사 습관을 유발하여 제 위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만 것입니다.
4. 나의 대처
거실을 이리저리 서성여봐도 가슴에 꽉 막힌 답답함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당장이라도 꽉 막힌 숨통을 트여줄 무언가가 간절히 필요했죠. 저는 우선 찬장에 상비약으로 구비해 두었던 마시는 액상 소화제를 다급하게 찾아 꺼내 들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광동 위생수 액상 소화제였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아 미지근한 상태였지만, 뚜껑을 열고 특유의 쌉싸름한 한방 향을 맡으며 꿀꺽꿀꺽 마시니, 시원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꽉 막힌 명치끝을 아주 미세하게나마 진정시켜 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기름지고 무거운 음식을 과하게, 그리고 급하게 먹은 탓인지 소화제 한 병만으로는 그 답답함이 완벽하게 뚫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벼운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소화제의 기운에 걷기 운동을 더해 위장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밖으로 나가 동네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밤공기는 다행히 걷기에 딱 좋을 만큼 맑고 선선했습니다. 처음에는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명치가 묵직하게 눌리며 당기는 듯해 아주 천천히 발을 뗐지만, 의식적으로 굽은 등과 어깨를 쫙 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팔을 가볍게 앞뒤로 흔들며 일정한 보폭으로 걷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걸음걸이에 맞춰 코로 시원한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뱉는 심호흡을 산책하는 내내 끊임없이 반복했습니다. 주변의 한적한 풍경을 바라보고 선선한 바람을 피부로 느끼다 보니, 뱃속의 통증에만 온통 쏠려 있던 예민한 신경이 점차 바깥으로 분산되며 마음까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동네 주변을 약 한 시간 가까이 여유롭게 걷다 보니, 마셨던 소화제의 약효가 돌고 위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명치 부근에 단단하게 뭉쳐있던 체기가 서서히 부드럽게 이완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슴을 턱 막고 있던 불쾌한 팽만감이 산책과 호흡을 타고 아래로 부드럽게 쑥 내려가면서, 마침내 깊고 편안한 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아무리 피곤하고 배가 고프더라도, 기름지고 무거운 중화요리를 먹을 때는 반드시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씹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소화제와 산책의 완벽한 시너지 효과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애초에 급하게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여러분들도 과식 후 속이 심하게 막힌 듯한 느낌이 드신다면, 저처럼 마시는 액상 소화제로 속을 일차적으로 부드럽게 달래준 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벼운 걷기 산책으로 몸을 움직여 위장 활동을 도와보시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