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춘이
출근길에 편의점 들러서 바나나 한 개 사 먹은 게 하루를 완전히 망쳤어요. 부드럽게 씹어서 넘겼는데, 가슴 뼈 바로 뒤편에 주먹만 한 납덩이가 쿵 하고 박힌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데 위쪽 배가 가죽 부대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허리를 펼 때마다 속이 찢어질 것 같아서 난간을 붙잡고 한참 멈춰 서 있었어요. 목구멍 안쪽까지 뜨거운 김이 훅훅 올라오면서 신물이 입술 틈으로 비어져 나와 손수건으로 틀어막았는데, 쓴맛이 혀 전체를 마비시키는 것 같았어요. 플랫폼 벤치에 주저앉아 무릎을 모으고 가슴을 쥐어짜듯 감싸 쥐었는데도 등판 쪽까지 쥐가 난 것처럼 뻐근하게 조여와서 숨도 가쁘게 몰아쉬어야 했어요. 이대로 쓰러질 것 같다는 불안감에 온몸에 닭살이 돋고 식은땀만 줄줄 흘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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