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까지만 해도 위 하나는 진짜 튼튼하다고 생각했다. 매운 음식도 잘 먹는 편이고, 야식 먹고 바로 누워도 탈 난 적 한 번 없었기 때문. 하지만 워라밸이 좋던 회사에서 두번째 직장으로 이직한 후, 상황이 달라졌다. 주 5일중 3~4일은 무조건 야근. 일이 바쁘다보니 끼니는 거르는 날이 많았고 하루종일 커피에 의지해 3~4잔은 마시는 게 일상이 되었다. 퇴근 후엔 스트레스를 풀겠다며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로 하루를 마무리. 이렇게 반 년 가까이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순간부터 속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처음엔 속이 더부룩하거나 약간 쓰린 정도였고 약국에서 알마겔 하나 사서 넘기면 금방 괜찮아졌지만,이것도 한두 달 지속되다 보니 약도 점점 안 들었다. 그제서야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고, 점심시간도 포기한 채 회사 근처 내과에 겨우 시간 맞춰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설명하자, 단순한 위염이 아닐 수 있다며 위내시경을 권유하셨다. 솔직히 내시경까지는 과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자다가 속쓰림에 깰 정도였던 걸 생각하니 더 미루는 건 아닌 듯 싶었다. 결국 며칠 뒤 위내시경을 받았고 진단명은 위축성위염 이었다.
의사선생님은 위 점막이 상당히 얇아져 있고, 위산 분비 기능도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그리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헬리코박터균이라고 하시며 추가 검사를 권유하셨다. 그때 진행한 건 내시경 조직검사와 헬리코박터균 검사. 위 점막 일부를 때어내어 조직에 균이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피검사나 숨 검사보다 정확하다고 들었다) 며칠 뒤 결과를 받아봤는데 헬리코박터균 양성. 가만히 놔두면 위암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제균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제균치료는 총 2주간 진행됐고 그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재검사까지 마쳐야 최종적으로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음. 다행히도 1차 치료만에 균은 완전히 사라졌고, 추가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끝이 아니었다. 균은 없앴지만, 이미 위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 의사선생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균을 없앤 건 시작일 뿐, 얇아진 위 점막이 회복되지 않으면 염증은 금방 다시 도지고, 결국엔 장상피화생(위암 전단계)로 이어진다. 즉,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건 그저 출발선일 뿐이고 손상된 위 점막을 회복시키지 않으면 위암 위험까지 완전히 피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인터넷에 “위축성위염에 좋은 음식/좋은 차/방법” 검색해보고, 관련된 책까지 읽으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그 중에서도 양배추 관련 글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 단순 위 보호가 아니라 손상된 점막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위축성위염에 딱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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