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월요일에 당근마켓으로 가구 직거래하러 원룸 단지 빌라촌에 갔다가 식도부터 가슴 한가운데가 불로 지지는 것처럼 화끈거려서 죽는 줄 알았잖아요.
거래하러 나가기 전에 속이 너무 허해서 집에서 고추기름 잔뜩 뜬 불닭볶음면에 레몬즙 탄 차가운 콜라를 국물까지 다 삼켰거든요. 텅 빈 위장에 자극적인 캡사이신이랑 유기산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가 버렸는지, 물건 받고 빌라 계단 걸어 내려오던 1시 반 무렵부터 늑골 안쪽이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어요.
하필이면 거래한 원룸 서랍장이 생각보다 무거워서 들고 이동해야 했는데, 몸을 숙이고 힘을 줄 때마다 위산이 식도 주름을 타고 턱 밑까지 울컥울컥 치밀어 올라오는 거예요. 쥐어짜듯 아픈 게 아니라 가슴뼈 뒤쪽을 뜨거운 납땜 아이스기로 계속 짓누르는 느낌이라, 길가에 서서 가슴팍을 움켜쥐고 마른침을 계속 삼켜야 했죠. 목구멍까지 따끔거리는데 신물까지 차올라서 얼굴이 벌개진 채로 땀을 삐질삐질 흘렸어요.
3시 반 넘어가니까 통증이 등 뒤 쪽까지 뻐근하게 퍼져서 서 있기도 힘들어지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가구 길가에 잠시 내려놓고 근처 골목에 있는 작은 약국으로 들어가서 위산 중화하는 짠 맛 나는 액상 제산제 한 포 바로 사서 털어 넣었잖아요. 약국 나와서 건물 벽에 등 대고 고개 바짝 든 채로 . 차가운 바람 쐬면서 가만히 깊게 숨 고르고 있으니까, 4시 반쯤 돼서야 가슴 속을 들쑤시던 매캐한 불길이 스르르 꺼지면서 겨우 살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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