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퇴근길에 횡단보도 신호 바뀌길 기다리며 서 있는데 점점 가슴 안쪽이 뜨끈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점심에 먹은 매운 낙지볶음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오후 내내 스트레스받으며 마신 아메리카노 때문인지 서서히 속에서 신호가 오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속이 좀 더부룩하고 얹힌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명치 끝부터 위로 은근하게 타들어 가는 열감이 천천히 번져 올랐어요
신호등 불이 초록색으로 바뀔 때쯤엔 쇄골 바로 아래까지 화끈거리는 기운이 진하게 올라와서 걸음을 옮기는 내내 인상이 절로 찌푸러졌답니다
주머니에 있던 물을 조금 마셔보며 달래보려 했지만, 한 번 시작된 이 지저분하고 쓰린 기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계속 가슴 밑바닥을 맴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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