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나
서점 서가 구석에 서서 서너 시간째 책을 골라 읽고 있었을 때 일이에요
점심으로 먹은 라면이 잘 안 삭았는지, 서서 오랫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까 위장에서부터 시동이 걸리더라고요
처음엔 명치 쪽이 살짝 뻐근하고 더부룩하다 싶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찌릿찌릿한 쓰림이 기둥처럼 가슴 중앙을 뚫고 올라왔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책을 제자리에 꽂아두고 매장 밖 벤치로 걸어나갔답니다
바른 자세로 앉아 천천히 가슴을 펴보았지만, 이미 식도 타고 올라온 그 아리고 씁쓸한 열감은 한참 동안이나 가라앉지 않고 속을 짓눌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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