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몸에 힘이 없었다. 평소에는 그냥 참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기운이 바닥난 느낌이었다. 자극적인 음식은 도저히 먹을 자신이 없었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죽을 선택했다. 씹는 힘도 거의 들지 않고, 위에 부담도 적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맛있게 먹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몸을 좀 쉬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막상 한 숟갈 떠서 먹어 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뜨거운 김이 올라오면서 얼굴이 살짝 따뜻해졌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식감이 속을 편안하게 감싸는 느낌이었다. 강한 양념이나 기름기가 없어서 자극은 없었지만, 대신 담백한 맛이 은근히 계속 손이 가게 만들었다. 몇 숟갈 먹지 않았는데도 속이 천천히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다 먹고 나서는 배가 꽉 찼다기보다는, 적당히 채워진 느낌이었다. 부담스럽게 더부룩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속이 차분해졌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긴장이 조금 풀렸고, “잘 먹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날 죽은 단순히 배를 채운 음식이라기보다, 잠깐 숨을 고르게 해 준 휴식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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